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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의 방정식〉 제22장. 마지막 라운드 PART 1. 대회를 준비하며 정리되는 개념들“이름 불립니다. J 선수, 연습 타석으로 이동해주세요.”확성기에서 울리는 소리에 J는 잠시 눈을 감았다.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며 손에 땀을 문질렀다.오늘은 다르다.오늘은 실전이다.시계는 오전 7시 5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햇빛은 골프장 페어웨이를 부드럽게 덮고 있었고,안개는 낮게 깔려 있어 마치 영화의 첫 장면 같았다.박사님이 조용히 다가와 말했다.“다 왔습니다.이제부터는 연습이 아니라, 당신의 이해가 말해줄 겁니다.” 🛠 준비는 기술이 아니라 구조를 정비하는 일J는 티박스로 향하며 생각했다.마지막 몇 달 동안 자신이 해온 훈련이 떠올랐다.수많은 스윙, 수많은 실패, 수많은 반복 속에서 그는 무엇을 얻었는가?회전축을 안정시키는 법.관성을 읽는 눈.임팩트..
〈스윙의 방정식〉 제21장. 흐름의 순간 ‘몸이 먼저 알고 있는’ 상태 PART 1. 존재의 흐름에 들어선다는 것늦은 오후, 붉은 노을이 연습장 끝 라인을 부드럽게 물들였다.박사님은 조용히 클럽을 꺼내 들더니, 평소보다 조금 멀리 떨어진 티에 공을 올려두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리고 아주 천천히, 말없이 백스윙을 시작했다.스윙.공은 그리 크지 않은 포물선을 그리며 떠올랐고,조용히 바깥쪽 타석에 놓인 표적 그물망 정중앙에 꽂혔다.그 모든 동작에는 아무런 힘이 실리지 않은 듯 부드러웠고,마치 오래전부터 예정된 궤도를 따라간 것처럼 정밀했다.J는 조용히 물었다.“지금… 생각하고 친 건가요? 아니면 그냥?”박사님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생각하지 않았어요.대신 ‘흐름’에 들어섰다고 말할 수 있겠죠.”“흐름이요?”“그래요.운동에서, 예술에서, 심지어 과학 연구에서도 가끔 ..
〈스윙의 방정식〉 제20장. 멘탈과 신경과학 PART 1. 두려움은 몸의 타이밍을 망가뜨린다연습장, 수요일 오후 4시 18분.그날은 평소보다 약간 쌀쌀했다.J는 반팔 위에 얇은 집업을 걸쳐 입고, 아이언 7번을 손에 쥐고 있었다.바람은 없었지만, 그의 마음 안에서는 태풍이 몰아치고 있었다.잔디 매트 위에 볼 하나를 올려놓고, 그는 가만히 숨을 들이마셨다."이번에도 실패하면 어쩌지?""방금 전 그 미스샷… 아직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네.""저 프로님은 지금 날 어떻게 보고 있을까…"백스윙이 시작됐고,그 순간 무릎이 흔들렸다.다운스윙에 들어갈 때, 클럽이 잠깐 멈칫했다.그리고—"퍽!"얇게 깎인 임팩트.공은 낮게 뜨면서 오른쪽으로 휘었다.슬라이스.“……젠장.”J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박사님은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의 손에 들린 메모장만 조..
〈스윙의 방정식〉 제19장. 구질과 조절 PART 4. 드로우, 페이드 ― 구질 조절의 수학J는 페어웨이 중앙에 놓인잔디 위의 공을 바라보며 물었다.“박사님, 저는 드로우를 치려고 했는데자꾸 훅이 나요.의도한 구질과 다른 방향으로 휘는 거…이거 왜 그런 걸까요?”박사님은 웃으며 말했다.“좋은 질문이야.이제부터는회전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의 이야기로 넘어가자.그게 바로 구질 조절의 수학이야.”🔁 구질(flight shape)의 종류박사님은 공중에 손을 그리며여섯 가지의 대표적인 구질을 나열했다.드로우 (Draw) →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부드럽게 휘는 탄도훅 (Hook) → 드로우보다 급격하게 왼쪽으로 휘는 궤도 (미스샷)페이드 (Fade) →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부드럽게 휘는 탄도슬라이스 (Slice) → 페이드보다 급격히 오른쪽으로 휘는 궤도..
〈스윙의 방정식〉 제18장. 바람과 회전 PART 1. 볼은 왜 하늘에서 휘어지는가날씨는 잔잔했다.바람 한 점 없는 연습장 위,J는 드라이버를 쥐고 어드레스에 들어갔다.퍽―!볼이 시원하게 뻗어 나갔다.하지만 볼은 직선으로 날아가지 않았다.하늘을 가로질러 살짝 오른쪽으로 휘며중앙보다 오른쪽 러프로 떨어졌다.J는 고개를 갸웃했다.“왜 내가 제대로 친 공이직선으로 가지 않고 오른쪽으로 휘는 거지?”박사님은 옆에서 조용히 말했다.“그건 단순한 방향 문제가 아니야.공이 하늘 위에서 ‘휘는’ 건공기라는 유체가 존재하기 때문이지.그게 바로 오늘 우리가 배울**유체역학(aerodynamics)**의 시작이야.”🌀 공은 왜 휘어지는가?우리는 흔히 골프공이 휘는 걸“훅이네, 슬라이스네” 하며스윙의 문제로만 생각한다.하지만 그 이면에는공기 중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스윙의 방정식〉 제17장. 클럽과 공의 운동, 그리고 진동수 PART 5. 런치 앵글과 스핀량 ― 공의 운동 궤적 만들기공이 떠오르는 그 짧은 순간.J는 공이 직진하는지, 휘는지, 얼마나 떠 있는지를정확히 판단하려 애쓰는 습관이 생겼다.이전엔 그냥 ‘잘 맞았나 보다’로 끝났던 일이,이제는 그 궤도에서물리적인 숫자와 원리를 상상하게 된 것이다.박사님은 J의 옆에서 말했다.“이제 네가 보는 그 궤도는단순히 ‘결과’가 아니라**런치 앵글(출발각)**과**스핀량(spin rate)**의 합작이야.이 두 가지가 공의 운동 방정식을 결정하지.”🛫 런치 앵글(Launch Angle)이란?박사님은 그림을 하나 그렸다.공이 티 위에 놓여 있고,클럽페이스가 공을 때리는 순간공이 출발하는 각도를 그린 그림.“런치 앵글은공이 지면을 기준으로 출발하는 각도야.이건 단순히 클럽의 로프트..
〈스윙의 방정식〉 제16장. 장비와 스윙: 클럽의 물성, 공의 운동 PART 1. 클럽은 당신의 몸이 아니다비가 내렸다.잔잔하게, 그러나 멈추지 않고.잔디는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클럽의 그립도 살짝 미끄러웠다.그날 J는평소보다 훨씬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스윙의 문제 때문만은 아니었다.그는 갑자기 자신이 손에 쥐고 있는 도구,즉, ‘클럽’이라는 존재가과연 자신의 몸처럼 움직일 수 있는가에 대한근본적인 의문에 사로잡혔다.“박사님.우리는 몸에 대해서는 이렇게 많은 걸 배우는데,정작 클럽 자체에 대해서는…너무 감각에 의존하는 것 같아요.”연습장 벤치에 앉아 있는 박사님은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그건 아주 중요한 관점이야.많은 골퍼들이자신의 팔, 다리, 허리, 축, 타이밍에 대해서는온갖 이론을 들이대지만,정작 ‘클럽’이 어떤 물리적 성질을 가진 물체인지는깊게 생각하..
〈스윙의 방정식〉 제15장. 지오메카닉스 PART 5. 축의 탄생 ― 회전을 유도하는 발의 힘“J, 이제 ‘발로 회전력을 만든다’는 걸 조금은 알겠지?”박사님은 작은 원반을 J에게 내밀었다.지름 30cm, 두께 2cm 정도 되는 회전판.위에는 미끄럼 방지 처리가 되어 있었고,아래는 바닥에서 약간의 마찰을 주는 고무 패드로 구성되어 있었다.“이걸 ‘회전 중심판’이라고 부르자.이걸 발 아래 깔고 돌면,어디서 축이 형성되고어디에 힘이 실리는지몸으로 체험할 수 있어.”J는 오른발 아래에 회전판을 깔고 섰다.그 상태에서 백스윙을 하고,다운스윙 구간에서 오른발을 바깥으로 비틀 듯 회전시키자,몸이 중심을 잃지 않고 자연스럽게 ‘도는’ 느낌이 났다.“그거야.바로 거기가 회전축의 뿌리,‘지면과 접촉한 발에서부터 시작된 회전의 중심’이지.”박사님은 지면에 일직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