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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

『인터스텔라로 읽는 현대물리학』 제5장. 웜홀의 입구

제5장 ― 웜홀의 입구: 시공간의 지름길은 가능한가
― 우리가 아는 우주의 규칙, 그 너머에서 ―


PART 1. “그건… 구가 아니야. 구멍이야.”

“이게… 뭐죠?”
쿠퍼가 말없이 거대한 스크린을 응시하고 있다.
그 앞에는 공 모양의 형상이 회전하며 떠다닌다.
브랜드 박사는 한참을 응시하다가 조용히 대답한다.

“그건 구가 아니야. 구멍이야. 웜홀.”

우주의 차가운 배경 속에 나타난 구체.
그러나 그 내부는 비어 있다.
겉보기엔 평범한 구체 같지만, 그건 공간의 일그러짐이다.
카메라는 천천히 다가간다.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다른 우주로 통하는 문’**이 펼쳐진다.

영화에서 웜홀은 토성 근처에 떠 있다.
그것은 자연적으로 생긴 것이 아니다.
누군가, **‘그들’**이 만든 문.
지구에서 수십 광년 떨어진 은하로 연결되는 입구.
인류가 도달할 수 없는 영역으로 가는 유일한 길.


PART 2. 웜홀, 그것은 우주의 주름

🔬 물리학 해설: 웜홀이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중력이란 질량이 시공간을 휘게 만든 결과다.
이것이 블랙홀의 개념을 낳았다.
그런데 이 시공간은 단순히 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론적으로는, 두 지점을 짧은 통로로 연결하는 터널도 가능하다.

그게 바로 웜홀(Wormhole)이다.
이를 가장 먼저 수식으로 정립한 사람은
1935년, 아인슈타인과 로젠.
그래서 웜홀은 “아인슈타인-로젠 브리지”라 불리기도 한다.

웜홀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sc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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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 (짧은 터널) — [출구]

이 터널은 실제 공간 속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공간이 고차원 구조라면,
두 점을 짧은 거리로 이어주는 통로가 생길 수 있다.

즉, 웜홀은 우주의 접힌 주름이다.

 

영화속 웜홀의 모습


PART 3. 구체가 아니라, 고차원의 그림자

로밀리가 묻는다.
“근데, 왜 저건 구처럼 보이죠?”

브랜드가 설명한다.
“우리의 시야가 3차원이라 그런 거야.”

그녀는 손에 종이를 들고 있다.
그 종이 위에 연필을 찌르자,
위쪽과 아래쪽에 구멍이 생긴다.

“2차원 존재가 이걸 본다면,
두 개의 점이 갑자기 나타났다고 생각하겠지.”

로밀리가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는 지금… 고차원의 통로를 3차원으로 보고 있는 거군요.”

웜홀은 실제로는 4차원 구조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계는 3차원이기에,
우리에겐 그것이 마치 구처럼 보인다.

즉,
웜홀은 4차원의 문이 3차원 공간에 드리운 그림자다.


PART 4. 우주를 건너는 길, 시간과 거리의 반전

🔭 영화 속 사실: 웜홀은 은하를 뛰어넘는다

토성 근처의 웜홀은,
지구에서 1,000광년 넘게 떨어진 항성계를 향해 열려 있다.

정상적인 방식으로는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선 수만 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웜홀을 통하면 단 몇 분이면 충분하다.

쿠퍼가 말한다.

“이건… 순간이동과는 달라요.
여긴 통로죠. 긴 우주를 구부려버린 길.”

웜홀은 단지 ‘이동수단’이 아니다.
그건 시공간 자체를 다시 연결한 구조다.
즉, 우리가 아는 거리, 시간 개념이 무너진다.

물리학적으로 말하면,
A지점과 B지점 사이의 거리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그 둘을 겹치게 만드는 것이다.


PART 5. 누가 웜홀을 만들었는가?

여기서 영화는 미스터리를 던진다.
이 거대한 구조물을 누가 만들었는가?
어떻게 만든 것인가?

브랜드 교수는 말한다.

“‘그들’이 만든 거야.
우릴 위해 이 웜홀을 이곳에 남겼어.”

‘그들’은 누구인가?

  • 인간의 미래일까?
  • 외계 문명일까?
  • 고차원의 지성체일까?

영화는 그 정체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의도다.

이 웜홀은 인류를 구하기 위한
도움의 손길이자, 문명 간 연결의 다리다.


PART 6. 실제 웜홀의 가능성

📚 과학 해설: 웜홀은 가능한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웜홀을 유지하려면 다음 조건이 필요하다.

  1. 부정적인 에너지(negative energy)
    • 웜홀은 붕괴하려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이를 지탱할 수 있는 ‘역중력’이 필요하다.
  2. 고차원 구조의 안정성
    • 웜홀의 양 끝이 안정적으로 고정되어 있어야 함.
  3. 인간이 통과할 수 있는 넓이
    • 많은 웜홀 이론은 양자 수준에서만 가능.

킵 손은 영화 제작에 참여하면서
실제로 가능한 웜홀의 수학적 모델을 제시했다.

이 모델은
일반 상대성 이론의 수식을 만족하면서도,
영화적 시각효과로 구현 가능해야 했다.

그 결과,
《인터스텔라》는 사상 최초로
과학적으로 가능한 웜홀 이미지를 영화에 구현한 작품이 되었다.


PART 7. 웜홀 통과 ― 가장 고요한 공포

우주선 엔듀어런스는 마침내 웜홀 앞에 선다.
그 주변은 놀라우리만치 조용하다.
빛은 뒤틀리고, 별빛조차 가로지르지 못한다.

로밀리가 조종을 준비하며 말한다.
“진입합니다… 3, 2, 1…”

순간,
화면이 흔들리고,
우주선 내부의 물체들이 튕겨나간다.
그들 모두, 시공간의 궤도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쿠퍼는 외친다.
“브랜드! 괜찮아?”

그러나 그녀는 눈을 감고 있다.
그녀의 눈 앞에, 마치 손이 뻗어오는 듯한 형상이 펼쳐진다.
그건 웜홀 내부에서 누군가가 그녀에게
무언가를 **‘전달’**하려는 듯한 이미지였다.

그녀는 속삭인다.

“… 누군가 있어요. 우리를 보고 있어요.”


PART 8. 감각을 넘는 순간

우주선이 빠져나오자,
그들은 전혀 다른 은하의 행성계에 도달해 있다.
그곳은 지구의 별들과 완전히 다른 배경이다.
쿠퍼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말도 안 돼… 우리가 정말… 도착했어.”

그들은 이제 새로운 시공간에 도달했다.
모든 좌표, 시간, 중력의 조건이 바뀐
미지의 영역.

이 순간부터,
그들은 더 이상 지구의 인류가 아니다.
그들은 우주적 존재로 발돋움한 것이다.


PART 9. 웜홀은 통로인가, 대화인가?

이 장면은 단지 ‘이동’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웜홀은 의사소통의 통로이기도 하다.
그것은 단지 “여기서 저기로”가 아니라,
“지금에서 미래로”,
혹은 “우리에서 그들로” 향하는 메시지의 다리다.

이것은 고차원 존재가
3차원 존재에게 신호를 보내는 방식일 수 있다.

즉, 웜홀은 과학이면서,
동시에 언어이고, 도구이고,
의지의 구현이다.


PART 10. 웜홀을 지난 자, 그들은 누구인가

이제 쿠퍼와 브랜드, 로밀리, 타스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된다.

  • 그들은 우주를 뚫고 나왔다.
  • 그들은 고차원의 의지를 통과했다.
  • 그들은 물리적 이동을 넘어선
    존재론적 전환점에 도달한 것이다.

이후의 이야기는,
블랙홀과 시간 왜곡,
그리고 테서랙트로 이어지겠지만,
그 모든 이야기의 시작은
바로 이 장면이었다.

웜홀은 단지 이동수단이 아니었다.
그건 선택의 문이었고,
우주의 질문에 대한 인류의 대답이었다.


📘 마무리: 이 장에서 우리는…

  • 웜홀이란 무엇인가?
  • 시공간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접힐 수 있는가?
  • 과학은 실제로 우주를 건널 수 있는가?
  • 웜홀은 기술인가, 철학인가?
  • 우리는 누구의 초대를 받고 있는가?

이제 우리는 안다.
인터스텔라의 여정은
그저 탐사가 아니었다.
그건 응답이었다.

우주가 건넨 질문에,
인류가 보낸 첫 번째 대답.

“우리는 도달할 수 있다.
당신이 만든 문을 통과할 준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