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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

『인터스텔라로 읽는 현대물리학』 제3장. 신호

제3장. 신호 ― 책장에서 들려오는 중력의 목소리

우주가 말을 걸어오는 방식


PART 1. 바람은 없었다

창문은 닫혀 있었다.
밤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깊은 밤도 아니었고, 새벽도 아니었다.
시간이 그저 흐르고 있는, 무표정한 어둠의 틈이었다.

그 고요 속에서,
머피는 자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숨을 들이마신다.
공기 중에 섞인 먼지 냄새가 낯익다.
그러나 그날은 무언가 달랐다.

탁—
책 한 권이 책장에서 떨어졌다.
그것은 ‘소리’라기보다는 ‘촉각’에 가까웠다.
진동이었다.
공간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듯한 기이한 느낌.

다시,
탁—

두 번째 책이 떨어진다.
이번엔 정확히 반대편에서.
마치 누군가가 고의로 위치를 잡고 툭툭 치듯이.

머피는 이불을 걷어차고 책장 앞에 섰다.
그리고 그녀는 처음으로 느꼈다.
이건 자연이 아니다.

“아빠… 책이 움직여.”


PART 2. 중력이라는 신호, 혹은 감정의 흔들림

쿠퍼는 손전등을 들고 들어온다.
자다 깬 얼굴. 그러나 눈빛은 날카롭다.
그는 책장과 바닥을 조사한다.
손으로 책을 들어보고, 책장의 수평을 확인한다.
이 집은 오래되었지만, 삐걱거릴 정도로 낡지는 않았다.

“바람은 없었어?”
“창문은 닫혀 있었어요.”
“지진인가…?”

하지만 그는 알았다.
이건 지진이 아니었다.
벽도, 바닥도, 진동하지 않았다.
떨린 건, 책장 하나뿐.

그가 무의식적으로 뱉은 말:

“중력…인가?”

그건 농담처럼 들렸지만,
사실상 가장 근접한 과학적 설명이었다.
왜냐하면 지금 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한 작용을 마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PART 3. 중력은 ‘힘’인가, ‘정보’인가?

🔬 물리학 해설: 중력의 본질

뉴턴은 중력을 “두 물체 간의 인력”이라 말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전혀 다르게 설명했다.

“중력은 힘이 아니라, 시공간의 곡률이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즉, 중력은 질량이 공간-시간을 휘게 만들고,
다른 물체들이 그 휘어진 공간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이 개념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 휘어짐은 실제로 영향을 미친다.
책장이 떨리는 순간, 우리는 중력을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인터스텔라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간다.

책장을 흔든 중력은 단지 **힘(force)**이 아니다.
그건 **정보(information)**다.

책이 떨어진 순서, 위치, 간격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의미 있는 배열이다.

즉, 우주가 말을 걸어오고 있는 것이다.
물리의 언어로, 패턴으로, 진동으로.


PART 4. 머피의 추론, 아버지의 회의

머피는 자리에 앉아
떨어진 책의 순서를 기록한다.
모래먼지가 쌓인 마룻바닥에
그녀는 손가락으로 선을 긋고,
작은 알파벳과 점을 표시한다.

그녀는 처음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반복되는 패턴을 발견하고,
그것이 이진법이라는 사실을 파악해낸다.

0과 1.
떨어진 책은 이진 코드로
어떤 ‘숫자열’을 구성하고 있었다.

그녀는 말했다.

“좌표야, 아빠.
누가,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어.”

쿠퍼는 당황한다.
그는 조종사였고, 과학을 안다.
그러나 그것이 ‘의도된 중력 신호’라면,
그건 현실의 물리 법칙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머피, 이건 그냥 우연일 수도 있어.”
“아냐. 이건 메시지야.”

그녀는 확신한다.
그것은 단지 과학적 계산이 아니라
감정적 직감이었다.

그녀는 우주가 말을 걸고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고 느꼈다.

 

책장의 이진법 좌표

 


PART 5. 좌표, 우연인가 메시지인가

쿠퍼는 지도를 펼쳐 들었다.
머피가 해독한 좌표를 보며 그는 망설인다.
아무리 이진법의 규칙성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실제 좌표일 확률은 너무 낮았다.

하지만 그는 결국 시동을 걸었다.
어떤 이유에선지,
그 역시 그것이 ‘무언가’라는 감각을 떨칠 수 없었다.

“머피, 너랑 같이 갈 순 없어.”
“아니, 갈 거야. 내 신호잖아.”

결국 트럭은 밤을 뚫고 나아갔다.
GPS에 표시되지 않는 길,
지도에는 없는 시설.
그들은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향해 달렸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PART 6. 지하의 나사, 존재의 복원

철조망을 넘은 그 순간,
쿠퍼와 머피는 구금된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단순한 군사기지가 아니었다.
그곳은 우주를 연구하던 마지막 사람들이 숨어 있는 지하 세계였다.

불 꺼진 연구소,
오래된 모니터,
그리고 남은 몇 명의 과학자들.

그 중심에 브랜드 교수는 말했다.

“우린 사라지지 않았어.
단지, 기억 속에서만 잊혔을 뿐이지.”

쿠퍼는 충격을 받는다.
그가 책장에서 느꼈던 위화감,
좌표로 이어진 수수께끼,
그리고 이제 눈앞에 나타난 현실.

이 모든 것을 연결한 건
머피의 방에서 떨어진 책 몇 권이었다.

그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우주는 누군가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 신호는 중력을 매개로 전달되었고,
그 신호를 해석한 존재는 소녀 머피였다.


PART 7. 중력은 ‘정보의 강’이다

이제 인터스텔라는 더 깊은 질문을 던진다.

중력은 단지 공간을 구부리는 힘인가?
아니면, 정보를 전송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는가?

현대물리학에서 중력은 여전히 설명되지 않은 힘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네 가지 기본 상호작용 중
☑️ 전자기력
☑️ 강한 핵력
☑️ 약한 핵력
☑️ 중력

이 가운데 중력만이 양자역학과 호환되지 않는다.

하지만 인터스텔라에서의 중력은
단순히 힘이 아니다.
그건 메시지다.
다차원 공간에서 보내는 정보의 줄기다.

우리가 3차원 세계에 살고 있더라도,
더 높은 차원의 존재는 중력을 통해
메시지를 ‘낙하’시킬 수 있다.

즉,
책을 떨어뜨린 것은 ‘힘’이 아니라 ‘정보’였다.
정보가 공간을 휘게 만들었고,
그 공간의 비틀림이 책을 밀어낸 것이다.

이 이론은 이론물리학에서 다음과 같은 주제와 맞닿는다:

  • 📌 중력파(gravitational wave)
    : 질량이 운동할 때 발생하는 시공간의 파동
  • 📌 브레인 월드 이론
    : 우리가 사는 3차원 세계는 더 큰 다차원 공간에 떠 있는 막(브레인)
  • 📌 정보의 비국소성
    : 정보는 ‘공간’을 뛰어넘어 전송될 수 있음

PART 8. 해석한다는 것

책은 떨어졌다.
좌표는 밝혀졌다.
쿠퍼는 길을 떠났다.
하지만 머피는 그 자리에 남았다.

그녀는 그 신호가 자신에게 온 것이라 믿고 있었기 때문에
아버지가 혼자 떠나는 걸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건… 내 신호였는데.”

그녀는 방에 홀로 남아
책장을 다시 바라본다.
무언가 더 말하고 있는 듯한,
침묵의 떨림.

그녀는 책장의 너머에 무언가 있다고 믿는다.
그것은 ‘존재’가 아니라 ‘의도’였다.

즉, 우주는 그저 움직이는 게 아니라,
말을 건네고 있다는 것.

여기서 중요한 건,
그 메시지를 ‘해석’하려는 인간의 시도다.


PART 9. 과학은 언제 믿음을 요구하는가

머피가 시계 위에 고개를 숙였을 때,
그녀는 아직 그 메시지를 다 읽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는 언젠가 이 방에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그때,
그녀는 시계 속 진동에서
더 명확한 코드와 패턴을 찾게 될 것이다.

이것은 물리학에서도 중요한 전환점이다.

과학은 오랫동안 경험과 반복에 기초해왔지만,
가장 위대한 발견들은 종종 직관에서 시작되었다.

아인슈타인은 말했다.

“직관은 신성한 선물이고,
이성과 논리는 충실한 종이다.”

머피는 지금 직관이 먼저 작동한 사람이다.
그녀는 떨어지는 책에서 중력을 보았고,
중력에서 신호를 보았고,
신호에서 의도를 보았다.


PART 10. 중력은 감정의 그늘을 따라 흐른다

과학적으로 말하면,
중력은 질량을 가진 모든 것이 만들어내는
공간-시간의 굴곡이다.

그러나 이 장면이 제시하는 건,
그 굴곡이 단지 질량 때문이 아니라,
감정의 중심에 따라 발생할 수도 있다는 상상이다.

인터스텔라는 물리적 존재만으로 세계를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물리적 세계를,
감정과 기억이 굴곡지게 만든다.

머피의 방에서 일어난 이 작은 사건은,
그녀가 훗날 중력 방정식을 완성하는 결정적 실마리가 된다.
그리고 이 모든 연결의 출발점은
바로 책장에서 떨어진 한 권의 책이었다.

“우주는 말하고 있었고,
그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아주 소수였다.”

그 중 한 명이,
아직 어렸던 머피였다.


📘 마무리: 이 장에서 우리는…

  • ‘신호’란 무엇인가
  • 중력은 정보를 담을 수 있는가
  • 물리학과 직관, 감정의 경계는 존재하는가
  • 우주는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는가

이 모든 질문이
쿠퍼의 집 작은 방 안, 책장의 미세한 떨림 속에 숨어 있었다.

이제 독자는 물리학의 본질적 질문 앞에 선다:

“우리는 과학을 이해하는가,
아니면 단지 그것을 믿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