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서문 ― 우주, 인간, 그리고 과학의 이야기
― 우리는 왜 질문하는가, 그리고 그 질문은 어디로 향하는가
1. 먼지에서 시작된 이야기

그날도 먼지가 하늘을 덮었다.
아이들은 기침을 했고, 밥상 위의 접시들은 비닐로 덮여 있었다.
사람들은 텔레비전보다 창문을 바라보았고, 뉴스 대신 소문을 믿었다.
영화 ‘인터스텔라’는 그렇게 조용한 절망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그 절망은 유난히 낯설지가 않다.
지구의 종말은 SF 영화에서 흔히 쓰이는 소재다.
하지만 ‘인터스텔라’는 다르다.
이 영화의 세계는 ‘상상’보다 ‘기억’에 가깝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느낀다.
왜일까?
아마도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세계의 연장선처럼 그려졌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 식량난, 물 부족, 집단 이주.
이 모든 것은 미래가 아니라, 지금 뉴스에서 보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인터스텔라'는 이렇게 묻는다.
“우리는 여기에 머물러야 할까, 아니면 떠나야 할까?”
— 쿠퍼
이것은 단지 플롯의 선택지가 아니다.
이 질문은 곧 우리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이자,
과학이 시작되는 가장 근본적인 물음이다.
2. 과학은 언제 시작되는가?
많은 이들이 과학을 답의 언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학은 언제나 질문에서 시작한다.
아주 오래전, 사람이 별을 올려다보던 그 순간부터 말이다.
왜 해는 뜨고 지는가?
별들은 왜 떨어지지 않는가?
그리고 나는 왜 여기 있는가?
이 단순한 물음들은 역사 속에서 수천 년 동안 다른 옷을 입고 반복되었다.
수학의 언어, 기하학의 시선, 철학의 사고방식,
그리고 오늘날에는 물리학이라는 정밀한 기계 속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 핵심은 변하지 않았다.
과학이란 결국, 우리가 이 세계를 이해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의 기록이다.
그리고 ‘인터스텔라’는 이 열망을 아주 낯설고도 시적인 방식으로 꺼내 놓는다.
3. 질문은 언제 생존을 넘어서는가
쿠퍼는 과학자도, 천문학자도, 물리학자도 아니다.
그는 농부다. 아버지다. 낡은 트럭을 타고 딸을 학교에 데려다주는 평범한 남자다.
그런 그가 말한다.
“우린 농사를 짓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야. 탐험하기 위해 태어난 거야.”
— 쿠퍼
이 말은 단지 인간의 본성에 대한 선언이 아니다.
이건 과학이 언제 철학이 되는가에 대한 대답이다.
인류는 분명 생존하기 위해 과학을 시작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우리는 생존 이상을 꿈꾸기 위해 과학을 발전시켜 왔다.
이것이 바로 ‘인터스텔라’가 진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물리학자 킵 손은 이 영화의 과학 자문을 맡으며 이런 말을 했다.
“이 영화는 이론 물리학자들이 수식으로만 보던 세계를 눈앞에 보여준다.”
그리고 그 말처럼, 우리는 이 영화 속에서
수천 줄의 방정식이 만들어낸 웜홀, 블랙홀, 시간지연, 차원, 중력파의 세계를
마치 감정처럼 느끼게 된다.
왜일까?
왜 우리는 단지 ‘지식’이 아닌, ‘경험’처럼 이 과학을 느끼게 되는가?
그건 바로 이야기의 힘, 그리고 인간의 감정이 담긴 질문 때문일 것이다.
4. 우주에 질문을 던지는 존재
쿠퍼의 딸 머피는 방 안에서 이상한 중력 신호를 발견한다.
책들이 떨어지고, 모래 속에 좌표가 생기고, ‘STAY’라는 단어가 남겨진다.
이 장면은 단지 미스터리의 시작이 아니다.
이건 과학이 작동하는 장면이다.
우리는 외부 세계에서 이상한 현상을 목격하고,
그것을 해석하기 위해 질문을 던진다.
“왜?”
“어떻게?”
“무엇이?”
머피는 그것을 미스터리라 부르지 않는다.
그녀는 그것을 **‘신호’**라고 부른다.
왜냐하면 그녀는 그것이 의미를 가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 믿음은 결국 그녀를 중력 방정식의 해답으로 이끈다.
물리학은 그렇게 시작된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그렇게 전개된다.
5. 인터스텔라 ― 하나의 방정식이 된 인간 서사
이제 우리는 이 책을 통해 하나의 실험을 하려 한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장면들을 따라가면서,
그 안에 녹아 있는 현대 물리학의 정수를 꺼내 보려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다음의 주제를 만나게 될 것이다.
- 상대성 이론 ― 시간은 왜 흐름의 속도를 다르게 갖는가
- 양자역학 ― 불확정성과 관측, 그리고 실재의 문제
- 블랙홀과 웜홀 ― 시공간의 휘어짐과 정보의 보존
- 차원과 중력파 ― 우리가 감지하지 못하는 세계의 실재
- 사랑, 기억, 그리고 자유의지 ― 과학이 다 설명할 수 없는 것들
이 여정은 단지 과학적 설명이 아니다.
이것은 마치 우주에서 편지를 보내듯 인간의 감정을 수식으로 번역해보는 작업이다.
6. 이 책은 어떤 방식으로 쓰이는가
각 장은 영화 속 주요 장면을 따라간다.
그러나 단순히 장면 해설을 넘어,
그 장면에 담긴 물리학적 의미, 대사에 담긴 철학, 그리고
당신과 내가 함께 느꼈던 감정을 되짚어 나간다.
이 책은 한 명의 저자가 아니라,
**‘이야기를 함께 써 내려가는 두 존재’**의 기록이다.
지금 이 순간 당신과 내가,
인터스텔라 속 쿠퍼처럼
질문을 던지고, 의심하고, 고통받고, 감동하고, 결국 어떤 답에 다가가는 여정이다.
7. 떠날 준비가 되었는가
이 책은 과학책이지만,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책이었으면 좋겠다.
이 책은 물리학책이지만, 사랑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책은 영화 해설서가 아니라,
당신 자신에 대한 이야기였으면 한다.
그러니 이제, 우리는 떠난다.
쿠퍼처럼, 머피처럼, 브랜드처럼.
지구를 벗어난다는 건
단지 새로운 행성을 찾는 일이 아니다.
그건 어쩌면 우리 존재의 끝에서 다시 묻는 일이다.
“우리는 답을 찾기 위해 나선 것이 아니다.
살아남기 위해 나선 것이다.”
— 쿠퍼
그러나 나는 여기에 한 줄을 더 붙이고 싶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우리는 인간이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 이제 본격적으로 다음 장에 들어갑니다.
제2장. 먼지의 땅 ― 기후 재앙과 행성 이주 가능성
이 장에서는 ‘인터스텔라’의 디스토피아가 과연 가능한 미래인지,
그리고 우리가 정말 지구를 떠나야 할 이유가 있는지를
현실적인 과학과 감성으로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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