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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

〈스윙의 방정식〉 제11장. 중심의 재발견

PART 1. 흔들리는 몸, 흔들리는 마음


“몸이… 균형이 안 잡혀요.”

J는 피니시 자세를 유지한 채 그대로 굳어 있었다.
왼발로 중심을 잡고, 시선을 타구 방향으로 고정했지만
그의 발끝은 잔디를 파고들 듯 깊이 박혀 있었다.

박사님은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더니,
느릿하게 다가와 말했다.

“이번에도 피니시는 흔들렸군.”

J는 클럽을 내려놓고 작게 한숨을 쉬었다.

“뭐가 문제일까요?
제 생각엔 백스윙도 괜찮았고, 다운스윙도 무너진 느낌은 없었거든요.
임팩트는… 그럭저럭 괜찮았고요.”

“그래. 맞았어.
하지만 괜찮다는 건 기준이 모호하다는 뜻이야.
스윙에서 괜찮다는 건,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것과 같은 말이지.”

박사님은 잔디 위에 조그만 흰 티를 하나 꽂았다.
그리고 자신의 스윙을 천천히 시범 보이듯 시작했다.
백스윙, 다운스윙, 임팩트, 피니시.
모든 동작이 일정했고,
피니시 자세는 얼음 조각처럼 멈춘 채 완벽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보여? 이건 기술이 아니야.
균형은 움직이는 모든 순간에 동시에 만들어지는 것이지,
임팩트 이후에 따로 얻어지는 게 아니야.

J는 그의 말을 곱씹었다.

“그렇다면… 전 균형을 ‘마무리’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대부분의 아마추어가 그래.
하지만 균형은 스윙 전체를 통해 일관되게 유지돼야 해.
그리고 그 균형의 핵심은 중심이동이 아니라,
회전 중심의 고정이야.”

“중심이동이 아니라 회전 중심의 고정….”

J는 그 말을 되뇌었다.
생각해보면 그는 스윙을 할 때마다 무게 중심이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며
발끝으로 쏠릴 때가 많았다.
특히 드라이버를 칠 때는
공을 멀리 보내려는 욕심에
몸 전체가 왼쪽으로 흐르곤 했다.

“그건 중심이동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회전 중심이 제멋대로 움직이기 때문이야.”

박사님은 조용히 클럽을 내려놓았다.

“오늘은 그걸 바로잡아보자.
진짜 중심이 어디 있는지를,
그리고 어떻게 그것을 움직이지 않고 유지할 수 있는지를 말이야.”

 

불안정한 중심을 가진 스윙


PART 2. 회전 중심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연습장이 조용했다.
이른 오전이라 사람들이 거의 없었고,
바람은 여전히 천막을 두드리며 박자 없는 북소리를 내고 있었다.
J는 박사님이 내민 골프 티 위에 집중했다.
박사님은 다시 클럽을 손에 들고,
천천히 백스윙을 취하며 설명을 이어갔다.

“대부분의 아마추어는
이 회전의 중심이 눈에 보인다고 생각해.
그래서 배꼽, 가슴, 척추 등
신체의 ‘어떤 부위’를 기준점으로 정하곤 하지.
하지만 그건 틀렸어.”

“틀렸다고요?”

“정확히는, 그건 회전의 ‘기준’이 될 수는 있어도,
‘중심’ 그 자체는 아니란 말이지.

박사님은 스윙의 꼭대기에서 동작을 멈췄다.
양손은 머리 위로 높게 올라가 있었고,
왼쪽 어깨는 살짝 아래로 기울어진 상태였다.

“보이지 않지?
지금 이 순간, 내가 어디를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는지.”

“네… 눈으로는 잘 모르겠어요.”

“그게 정상이야.
회전 중심은 언제나 ‘가상의 개념’이지,
물리적으로 드러나는 실체는 아니야.

하지만 우리가 그걸 느끼고, 인식하고,
몸으로 고정할 수 있어야 해.”

그는 다운스윙을 이어가며 말했다.

“스윙은 흔히 원운동이라고 하지.
하지만 이건 단순한 원운동이 아니야.
회전반경이 계속해서 변화하고,
축이 몸의 움직임과 함께 회전하는,
매우 복잡한 동적 시스템이지.”

J는 그 말에 맞장구쳤다.

“그러니까 저처럼 중심이 흔들리는 건
축이 계속 바뀌고 있기 때문이겠군요.”

“정확해.
당신의 스윙은 지금
하나의 회전 중심이 아니라,
수십 개의 임시적인 중심을 만들면서 휘청이고 있는 거야.

몸이 회전할 때마다 무게 중심이 계속 옮겨지고,
그에 따라 피니시 때마다 균형이 붕괴되지.”

박사님은 잠시 침묵하더니,
이어서 나직이 말했다.

“진짜 중요한 건
‘보이지 않는 중심’을 몸이 기억하게 만드는 것이야.”


J는 그날 따라
모든 스윙이 거슬렸다.

어제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오늘은 다운스윙 시작부터
몸이 이상하게 앞쪽으로 쏠렸다.
발끝에 힘이 실리고,
허리는 어딘가 구부정해졌다.

임팩트 직후
왼쪽 무릎은 버티지 못하고 살짝 꺾였다.
피니시 자세는 유지되지 않았고,
왼쪽 발바닥이 땅을 스치듯 미끄러졌다.

“하…”

클럽을 내려놓은 J는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의 발끝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박사님이 조용히 다가와
그의 등을 가볍게 쳤다.

“좋아.
이제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중심’을
느끼는 연습을 해보자.”


PART 3. 몸이 중심을 기억하게 하려면


연습장의 가장자리,
그늘이 진 구역에는 오래된 골프 매트와
작은 반원형 거울이 놓여 있었다.
박사님은 J를 그곳으로 데려갔다.

“이건 네가 평소에 쓰던 타석보다 불편할 거야.
하지만 지금부터는 불편함 속에서 중심을 찾아야 해.
몸이 중심을 기억하게 하려면,
균형이 무너지는 지점을 먼저 체험해야 하거든.”

J는 조심스럽게 스탠스를 취했다.
박사님이 깔아준 매트는 평평하지 않았다.
중간이 살짝 솟아 있었고,
그 위에 서면 발끝과 발뒤꿈치가
서로 다른 높이를 느끼게 만들었다.

“이런 매트 위에서는
네가 무의식적으로 움직이던 모든 잘못된 습관이 드러나지.”

J는 백스윙을 들어올리다 말고 자세를 풀었다.

“으… 불안정해요.
균형 잡기가 쉽지 않네요.”

“당연하지.
그게 바로 네 몸이 ‘가짜 중심’에 의존하고 있었다는 증거야.
이제부터는 진짜 중심을 찾을 차례야.
움직이지 않는 중심,
내 몸 전체가 신뢰할 수 있는 회전축 말이야.


훈련은 그날 하루 종일 이어졌다.
J는 중심축을 찾기 위해
수십 번씩 천천히 백스윙을 반복했다.

박사님은 자세 하나하나를
집요하리만큼 뜯어보았다.

“오른쪽으로 체중이 쏠리면
척추각이 무너져.
그러면 회전 중심이 몸 밖으로 튕겨나가.”

“다운스윙에서 오른쪽 어깨가 먼저 내려오면
회전축이 왼쪽으로 밀려.
그러면 왼쪽 무릎이 버티질 못해.”

“머리를 너무 고정하려 하지 마.
머리는 회전의 중심이 아니야.
오히려 유연하게 따라가야
몸의 자연스러운 회전이 살아나.”


오후가 되자,
J는 점점 숨이 가빠졌다.
허벅지는 뻐근했고,
허리는 땀으로 젖었다.

그는 숨을 고르며 조용히 물었다.

“박사님,
정말 이런 훈련으로
중심을 찾을 수 있을까요?”

박사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몸은 ‘이상’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경험’을 기억하거든.

우리는 지금
중심이 무너지는 감각과,
중심을 유지하는 감각을 번갈아 경험하고 있지.”

“그래서… 몸이 스스로 깨닫도록 만드는 거군요.”

“맞아.
이제 이 감각이 반복되면
너의 몸은 중심이 어긋난 상태를 ‘불쾌’하게 여기게 될 거야.
그게 바로
몸이 스스로 중심을 유지하려는 첫 번째 징후지.”


J는 클럽을 다시 쥐었다.
이번엔 뭔가 달랐다.
발바닥이 땅을 누르는 감각,
골반이 돌아가면서도 허리가 꺾이지 않는 느낌,
임팩트 순간의 무게 중심이 양발에 균등하게 분산되는 감각.

피니시에 들어가며
그는 처음으로 몸 전체가 안정감 있게 서 있는 자신을 느꼈다.

박사님이 웃으며 말했다.

“좋아.
지금 느낀 그 감각을
놓치지 마.
그게 바로 네가 찾아온 중심의 감각이야.”